이야기 64. 원격근무를 위한 리더십 (1) 일과 삶의 균형

COVID-19 일명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대한민국의 많은 직장인들이 의도하지 않게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형태의 근무를 경험하게 되었다.  눈앞에 직원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여 재택근무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가진 관리자들이나 사장님들에게는 이제 왠 재앙같은 상황일까 하겠지만, 재택근무 혹은 정해진 오피스가 아닌 곳에서 일을 하는 원격근무는 사실 글로벌 회사들에게는 그렇게 새로운 시도는 아니었다.  

최근의 어느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전문직 종사자의 70%는 재택근무를 하고, 53%는 최소 일주일의 반은 원격으로 일한다고 한다. [1]

20여년의 직장생활 경력동안 약 절반이상을 물리적인 오피스가 아닌 곳에서 고객과 동료들과 일해본 유경험자의 입장에서 뭔가 적어볼 만한 좋은 내용이 있을까 찾아보니, 이미10년여년 전IBM에서 진행했던 원격근무에 대한 연구 내용[2]이 여전히 현재의 많은 한국 직장인들과 경영진에게도 의미가 있어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원격근무의 장점과 단점

전통적인 근무 형태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하고 있는 근무 형태로, 직원의 시간을 업무와 장소에 묶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 위치에 모인 직원들을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고 관리자들이 활동을 조정하고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전통적인 업무 형태는 사회적 경험의 공유, 대인관계 형성, 업무 행동의 모델화, 조언과 탐구 등이 가능하게 한다. 반면, 원격근무는 재택근무부터, 정해진 자리가 없이 직원들이 사무실 공간을 공유하는 형태(모바일 오피스라 불리는)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사무실의 형태를 벗어난 근무형태를 말한다.  

여러분이 이미 경험하셨듯이 물리적인 사무실의 기능을 원격 사무실  환경이 완전히 복제하는 것은 어렵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없이 회사의 기능이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해야 하므로 경영진들은 머리가 복잡하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원격으로 회의를 하거나 업무를 하거나, 직원 간의 소통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어떤 문제들은 기술을 뛰어넘는 새로운 프로세스와 솔루션이 요구되기도 한다.

원격근무에 대해 직원과 회사는 각기 다른 단계의 적응을 경험한다. 사실 양쪽 모두 상당한 이익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직원들은 통근하는 데 시간과 돈을 덜 쓰고, 직장에서 더 많은 유연성과 자율성을 가지며, 가족의 책임에 더 많이 대처할 수 있다.  이것은 더 높은 직업 만족도, 더 낮은 결근, 더 높은 직원 충성도로 바뀐다. 기업의 경우 생산성 향상, 고객 서비스 개선, 부동산 비용 절감 등의 혜택이 있다. 반면 직원과 기업 모두 어려움도 있다. 직원들은 원격 근무를 하면서 본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그들의 매니저에게 보고하는데 한계가 있고, 더 심각한 것은 스스로 고립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과 승진 기회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닐까 우려한다. 원격으로 일하는 직원을 관리하려는 기업들은 조직의 시너지 손실, 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 증가, 원격 직원에 대한 관리 통제력 상실 등을 원격 근무의 단점으로 꼽고 있다.

이글에서 인용하고있는 MIT Sloan 의 리서치 자료에서는직원들이 성공적으로 원격근무를 하도록 하기 위해 경영진이 고민할 과제를 정리했는데, 나는 그 가운데   #1 일과 삶의 균형  #2 원격 근무자의 고립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는 먼저, #1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고 보고, 다음 글에서 #2 원격 근무자의 고에 대한 부분을 적어보겠다.

#1 일과 삶의 균형

일과 가정의 경계를 관리하고 이 두 영역을 어떻게 잘 통합하는 것은 조직과 직원 모두에게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가 되었다. 일과 가정의 요구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며, 일과 삶의 균형이 부족하면 직원의 성과가 저조해지고 이로 인해 결국 고객의 충성도가 낮아질 수도 있다.  

원격근무를 먼저 시작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직원들에게 재택근무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직원들이 일과 가정 생활의 요구를 더 잘 조화시킬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재택근무는 직업 자율성과 일정 유연성을 제공함으로써 일과 가정의 갈등을 줄여줄 수 있는 옵션이다. 하지만 원격 근무는 정반대의 부작용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원격 근무자들은 종종 더 오랜 시간 일하고 그들의 개인적인 삶을 위해 추가로 시간을 내야하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이미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듯이 업무 시간 동안 개인적인 집안 일을 한다는 생각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완벽히 회사일에 집중하는 것도 또한 쉽지는 않다.  집에서 회사 일을 하는 것이 보편화되지 않은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원격 근무자의 가족들은 집에 있는 사람이 집안일을 관리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사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나,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로 보나 원격으로 오래 일한 직원들은 전통적인 작업 환경에서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 주말, 휴일, 저녁, 출퇴근 시간대에 일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지막 이메일이나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은 흔한 의식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되는 걸까?

번째 요인은 일과 개인 생활 사이에 전통적인 경계(공간적, 시간적 또는 사회적)없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작업장에서 그러한 경계는 일을 시작하고 끝낼 때 정의된다. 그러나 원격 근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자신의 시간을 통제하고 관리하며 일과 가정 생활을 분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전문적 역할과 개인적 역할의 분리가 줄어들면서 역할의 경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것과는 다른 관점의 이야기 일 수 있는데, 원격근무가 아니더라도 업무시간 외에도 메신저 등을 통해 끊임없이 연결되기를 강요하는, 일과 개인 생활 사이에 물리적 경계가 분명함에도 그 경계가 여전히 모호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어떻게 보면 단순히 원격 근무를 어떻게 잘하게 할 것인가의 차원보다는 일하는 방법 자체의 개선에 대한 고민부터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선 순위로 보면, 일 제대로 하는 프로세스가 정의되는 것이 선수과제다.

번째 요인은 원격 작업 자체의 특성이다. 더 많이 소통하고자 노력하나 사실 그렇게 효과적이진 않을 수 있다.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것보다, 메일이나 전화로 소통하는 것이 때로는 그 양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맥상의 의미를 명확히 소통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번째 요인은 원격으로 일하는 직원이 느끼는 심리적 부하다.  이 문제는 본인의 가시성과 그 역할의 모호함을 보완하기 위해서 직원들 자신이 느끼는 심리적인 스트레스다. 많은 원격 직원들(특히 글로벌 팀의 일원인 사람들)은 때로 자신이 제대로 또는 잘 일하고 있다는 것은 증명할 필요성을 느끼고 더 긴 시간을 일해서,  뭔가 다른 사람보다는 더 멋진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때로 과민하게 반응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과대 포장하기도 한다.

그러면 경영진은 어떻게 해야할까.

원격 근무를 통해 직원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재택근무에 대한 조직 규범을 정하고 원격 근무자들이 일과 가족 역할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 작업 규범에 대한 톤을 설정한다.

먼저 경영진과 관리자들은 직원의 원격근무에서 회사가 원하는 수준의 행동 지침이 어느 정도인가를 명확히 해 주어야 한다. 역설적이게  들릴 수도 있으나, 직원들이 어떻게 쉴 수 있는 지를 명확히 해 주어야,  원격 근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9시부터 6시까지 반드시 일하자보다, 하루 중 언제 일하는지는 관계없이 8시간을 일하자가 원격근무에서는 훨씬 현실적인 가이드이다.  대신, 모든 팀원들은 Slack 등 회사채널에 연결해 있도록 하고, 부재시 다른 팀원들이 알 수 있게 메모를 남겨두고,  회사 메일이나 메신저의 회신은 1시간을 넘지 않게 한다 등으로 서로 지켜야할 약속만 분명히 하면 어떨까. 서로 일을 잘 할 수 있는 배려 만큼이나 휴가/주말 중에는 회사 메일이나 메신저의  메세지를 보내거나 받지 않도록 한다 등 개인 생활을 위한 배려에 대한 관행도 명시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리자들이 먼저 업무와 삶의 균형을 어떻게 실천하는지를 모델화하여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 예전의 내 매니저 중의 한 분은 언제 어디서 얼마나 일하는 지는 상관없으니 성과만 가져오면 된다고 요구한 적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매니저와 일할 때 생산성이 가장 높았다.  

  • 직원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관리자는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원격 근무자가 과중한 업무량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자주 제공해야 한다. 모든 일이 ASAP 일 수는 없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과제에 같은 긴박감이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업무의 끝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메일에 아무런 방향성이나 Action에 대한 지시가 없이 FYI(For Your Information) 로 메일을 보내고, 메일에 중요한 내용을 보냈는데 일하지 않는다고 문책하는 무책임한 일은 없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아무런 내용없이 FYI 로 보내면, 직원들은 정말로 그냥 알고 있기만 하거나 바쁠 경우엔 내용을 확인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  메일을 통해 모든 내용을 공유되었으니 직원이 알아서 일할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된다.

이런 경우 업무의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Asana, Trello 등의 협업툴이다.  원격 근무에서 직원의 보고를 받기 위해, 혹은 피드백을 해주기 위해 별도의 회의를 하는 것은 그다지 생산적인 업무 진행 방법은 아니다.  

  • 원격 작업의 고유한 특성을 인식한다.

원격 작업은 기존의 사무실 업무와는 다르게 이루어진다. 매우 빈번하고 다양한 유형의 소통 채널과, 보다 집중적인 시간 관리 및 지속적인 멀티태스킹을 요구한다. 업무를 기획하고 우선순위를 정할 때 경영진은 이것들이 온라인 상에서 소통될 때 얼마나 걸릴 수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모든 경우에 매니저의 일정대로 움직여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그저 바램이다. 현실에서는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트를 감안한 스케쥴링과 리소스에 대한 버퍼를 감안해야한다.

여러모로 원격으로 일하는 것은 사실 쉽지는 않다.  성숙한 개인과 여전히 일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회사 혹은 매니저가 있어야 가능한 업무형태다.   주 52시간만 지키면 되겠지 또는 어디 집에서 일이 되겠어, 코로나 사태만 지나면 모든 것이 다 예전같이 돌아오겠지라는 단편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기엔,  우리에게 다가온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코로나 사태로 의도하지 않았으나 새로운 업무 형태의 변화를 경험한 많은 직장인들은 이제 예전의 그들이 아닐 것이다.  

“ 더 많은 성과를 만드는 조직을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이 유일하게 해야 할 것은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면 직원들은 너를 위해 일을 할 것이고 성과는 따라 올 것이다. “  

예전 직장에서 수백명의 세일즈팀에서 좋은 성과를 보였던 어느 세일즈 디렉터가 귀뜸해 준 이야기다. 난 이 문구가, 경영진이 새로운 근무 형태를 고민함에 있어서 직원의 일과 삶의 균형을 첫번째로 고민해야하는 이유를 가장 잘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Resource :

[1] 70% of people globally work remotely at least once a week, study says

[2] MIT Sloan Management Review, FALL 2009 RESEARCH FEATURE

Set Up Remote Workers to Thrive by Jay Mulki, Fleura Bardhi, Felicia Lassk and Jayne Nanavaty-Dahl, October 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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