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62. 금성에서 온 그대, 화성에서 온 그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꽤 오랫동안 HBR를 사랑하고 흠모하는 독자로서, HBR에서 다루는 기사들의 패턴을 보면  요즘 전세계의 비즈니스 리더들이 가장 관심있어하는 주제들은  단연 데이터와 AI인 것 같고,  이젠 이런 주제들이 CIO, CTO 등의 기술을 담당하는 경영진에게만 국한된 내용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런 맥락에서 HBR 2019년 1월 이슈에서 소개된  Data Science and the Art of Persuasion (https://hbr.org/2019/01/data-science-and-the-art-of-persuasion) 은 흥미롭다. 경영진에게 AI시대에 자칫 간과하고 있는 ‘소통’ 에 대한  고민을 하라고  넌지시 과제를 던지고 있으니 말이다.

글의 첫머리에 적힌 내용에 픽 웃음이 났다. 사실 이 이야기는 고객의 경영진에게 매우 자주 듣는 이야기다.
 “Executives complain about how much money they invest in data science operations that don’t provide the guidance they hoped for. They don’t see tangible results because the results aren’t communicated in their language.”

요약하면, 경영진의 불만은 데이터사이언스를 위해 사람을 쓰고, 돈을 쓰고, 시간을 쓴게 얼마인데 원했던 결과가 왜 안 나오냐는 것이다. 흔히 그들이 보고 싶은 ROI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저자가 위에서 이미 밝혔듯이 왜 그런지 답도 이미 있다. 많은 경우 경영진은 아직 그들의 언어로 소통해 주는 데이터 전문가를 만난 적이 없다. 이것은 마치 금성에서 온 여자 화성에서 온 남자처럼, 데이터 전문가들과 임원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이 문제는 소통의 문제인데 풀기가 그렇게 만만치는 않아보인다.

Kaggle(Google이 소유하고 있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머신 러너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7000여명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게 실시한 2017년 설문에서 직장에서 직면하는 장벽  Top7 가운데 4 가지가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관리 / 재정 지원 부족”, “대답해야 할 명확한 질문의 부족”, “의사 결정자가 사용하지 않는 결과” 및 “다른 사람들에게 데이터 과학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라 답했다.  반면 또다른 연구자의 결과에서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가져야 할 중요한 역량은 “비전문가들에게 복잡한 분석 결과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데이터 사이언티스들과  임원들이 서로  좌절감을 털어 놓는다. 데이터팀은  의사 결정자가 자신의 분석을 오해하거나 지나치게 간소화하고, 마술을 하기를 기대하며 모든 질문에 올바른 답을 제공하라고 하고,  한편 임원들은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는데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시원스럽게 주지 못한다고  불평한다. 그들 사이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요구사항를 중재하고자 그 중간 어디쯤에서 등장한 도구들 가운데 하나가 데이터 시각화를 위한 도구들이다. 지난10여년의 시간동안 많은 Software 밴더들은 이 도구들을 통해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에게  임원들과 소통을 원활히 하라고 지원하고 독려한다. 하지만 데이터 사이언티스드들은  이 도구들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전달하고자하는 디테일을 매끄럽고 세련되게 담아내지는 못하고, 오히려 그들이 분석한 많은 것들을  너무 간단하게 만들어버려서 내재되어 있는 많은 다른 가치들을 전달하지 못하거나 잘못 해석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소통 도구를 이용해야하는 어떤 데이터사이언티스들은 심지어, 소통을 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이 부분에서 도구를 파는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으로서 변호를 하자면, 이 논의에서 도구의 편리성이나 도구의 우수성은 중요하지 않다. 도구는 어디까지나  전체 그림에서 Enabler 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도구 자체가ROI를 개런티 할 수는 없다.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을까?

데이터가 비즈니스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인식한 기업들은 , 가능한 업계 최고 기술 전문가들을 고용하기에 혈안이 되었다. 대부분 기술적인 지식과 경력이 많은 이 기술 전문가들이 비전문가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지 혹은 하고 싶어하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러저런 이유로 이 전문가들이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 주지 못하면, 혹은 그들과 소통할 수 없다고 판단이 되면 아주 간단하게 다른 사람을 고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임원들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데이터를 다루고, 모델링을 하고 시스템 구현에도 참여했으면 좋겠고,  비즈니스와 전략을 안다는 맥락에서 그것을 분석하고, 차트를 작성하고, 데이터를 모르는 일반 대중에게 알기 쉽게 그 해답을 제시 할 것을 기대한다. 그런데 이는 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입장에서는 부당한 요구 아닌가?  이런 사람들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이다. (가끔 있을 수도 있지만 아마 매우 드물것이다.)  때로 해외 기사들을 보면, 존재하지 않는 스펙의 사람이라고해서 “보라 다람쥐(purple squirrel)” 라고도 한다. 뭐든 더 “빨리” 잘하고 싶은 우리 기업들은, 이제 보라 다람쥐를 찾는 일을 그만두고 지금 가지고 있는 조직의 역량과 재능으로 비즈니스의 과제를 해결할 수 없겠는지 고민해야한다.   

그럼 무엇을 시도해 볼 것인가? 여기 더 나은 데이터 사이언스 오퍼레이션을 위해  HBR에서 제시한 몇가지 Tip 이 있어서 소개한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한 사람의 완벽한 데이터사이언티스트(유니콘 같은 선수)에 의존하는 모델이 아닌, 팀을 통해  이 역할을 구현하게 한다는 로직이다.  미리 밝혀두지만, 이 사례는 데이터사이언티스트가  존재하는 조직, 그러니까 어느 정도 데이터를 가지고 뭔가를 해 본 적이 있는 회사가 조직 구조나 인력을 최적화해야할 때 유용한 팁이다.  

팀원의 역할이 아니라, 재능(역량) 먼저 정의한다.

우리 회사의 데이터팀이 비즈니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재능을 가져야하는가가 먼저 정의 해야 한다. 재능은 한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스킬이다. 한 사람이 여러 재능을 가질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요즘, 데이터 팀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6가지 재능을 가지고 예를 들어보자.

  • Project Management  

프로젝트 일정, 자원, 사람을 관리하는 재능.  사람, 조직 및 방법론을 관리하고 잘 소통하는 역량

  • Data Wrangling

데이터를 가지고 실랑이질(Wrangling) 할 수 있는 역량. 데이터를 찾고, 정제하고, 구조화하여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재능.   

  • Data Analysis

데이터에 대한 가정을 세우고 테스트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읽어서, 이것을 비즈니스의 맥락으로 기술 인력 혹은 비즈니스 담당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재능

  • Subject Expertise

비즈니스  목표를 정의하고  비즈니스 요건에 맞는 테스트 가설을 만들고  기술적이지 않은 비즈니스 담당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역량

  • Design

시각적인 자료, 프리젠테이션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 재능

  • Story Telling

데이터나 시작적인 자료를 통해 스토리를 만들고, 이 스토리의 포멧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도와줄 수 재능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청중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역량

(Picture : Harvard Business Review, January–February 2019  Page 131)

신규 고용은  재능의 포트폴리오를 먼저 생각한다.

만약 누군가를 추가로 뽑아야 한다면,  어떤 역할에 대한 빈자리를 매우는 것이 아니라,  그 재능을  팀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회사의 경우는 팀의 재능보다는 개인의 재능과 역할이 명확한 조직문화라서 어찌보면 이 프렉티스는 국내 기업의 경우 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팀원의 재능을 공유한다.

팀 매니저가 해야할 역할 중의 하나는 팀원들에게 본인은 가지고 있지 않으나 다른 팀원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인지하는 기회를 만들어서, 서로의 재능에 대해 감사하고 필요하다면 서로 배우게 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여러 프로젝트의 상황에서 어떤 재능은 쉽게 눈에 띄고 하이라이트를 받지만, 어떤 재능은 가시적인 성과로 보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서로의 재능에 대해 인지하고 그 재능을 활용하여  어떤 업무가 진행되는 것을 아는 것은,  팀원들 간 서로를 이해하는 공감대의 형성과 팀의 사기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것을 업무의 평가나 팀원의 경쟁심을 유발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 없다.  재능이 가지고 평가를 한다는 것은 얼마나  비열한가?)

권한이양이 가능해진 전문가그룹의 실현

팀이 재능 포트폴리오로 관리가 되면, 프로젝트나 업무의 성격에 따라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CMO에게 보고를 해야하는 사람이 데이터 모델링을  잘하는 Kevin 이어야 하는 필요는 없다. 오히려  비즈니적인 논리에서 이야기를 잘 풀어줄 Susan이  CMO 팀과 주로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프로젝트에 있어서  나이나 경험이나 조직의 논리로 특정한 한 개인이 항상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부담에서 벋어나, 어떤 재능이 어떤 프로젝트의 리딩 재능이 되고,  다른 재능이 그 역할들을 지원해주는 서포트 재능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재능을 가진 모든 팀원은 전문가 그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문가로, 가장 잘 소통할 수 있는 팀과 비즈니스 파트너가 된다.

데이터를  통해 소통하는 조직(Data driven culture)은 어느 기업에서나 많이 언급한다. 그런데 이 의미는 조직의 논리나 비즈니스에서 흔히 말하는 숫자(매출같은..)와 같은 데이터로 임직원이 소통해야된다는 의미는 아닌 것을 이미 아실 것이다.  조직의 존립에 있어서 숫자는 당연이 중요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결과인 것이지 절대로 과정을 건너띄고 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정의 개선에 있어서 어느때보다 같은 언어로 소통하기가 중요해지있는 시기다.

그래서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가? 금성에서 온 그대,  화성에서 온 그들과 소통하는데 괜찮으신지. 혹시 재능이 아닌 것으로 소통 하기를 강요당하거나 혹은 나의 언어로 소통하기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 더 나아가 그들의 언어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해 본 적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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