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4. 4차 산업혁명과 데이터

항상 그렇듯이 이번 주도 먼 출장길에서 돌아왔다. 엄청나게 피곤했던 출장의 마지막날 공항에서 비행기 기다리면서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의 문자를 주고 받다가 이번 주 블로그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물어보니까 다짜고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요즘 화두이긴한데 너무 거창한 주제라서 사실 엄두가 안 나긴 했었는데, 은근 얼마되지 않는 나의 블로그 팬 중 하나인 친구의 기대에 부응을 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런 저런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유난히도 트랜드에 민감한 우리 산업계가 요즘 어디를 가나 이야기하는 4차 산업혁명, 한번 정도는 고민해 볼 만한 주제이긴 하다.

4차 산업혁명은 올해 초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언급된 개념으로, 세계 경제 포럼의 설립자 겸 집행 위원장 인 클라우스 슈왑 (Klaus Schwab) 교수는 그의 저서 “네 번째 산업 혁명”이라는 책에서 이 네 번째 혁명은 이전의 세 가지 혁명이 근본적으로 기술 발전으로 특징 지어 졌던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이야기 한다.

슈왑 교수는 이 네 번째 혁명에서 우리는 물리적, 디지털 적, 생물학적 세계를 결합하는 다양한 신기술을 만나게 될 것이고, 이 새로운 기술은 모든 분야, 경제 및 산업에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고민을 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러한 기술은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계속해서 웹에 연결하고, 비즈니스 및 조직의 효율성을 대폭 향상 시키며, 더 나은 자산 관리를 통해 자연 환경을 재생할 수있는 잠재력도 가지게 된다고 했다. 정말이지 또 다른 신세계가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대한 잠재적 위험도 있는데, 이를 테면 조직이 이러한 신기술에 적응할 수 없거나 거부 할 수 있으며, 또한 정부가 이러한 기술을 적절하게 받아들이거나  혹은 제대로 규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중요한 새로운 안보 문제를 야기 할 수도 있고,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는다면 불평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예를 들어, 자동화가 증가함에 따라 광범위한 업계의 근로자가 기계와 로봇으로 대체 할 것이고, 미국의 일자리 중 47 %가 자동화로 인한 위험에 처해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제 4 차 산업 혁명이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이 모든 우려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산업 혁명은 항상 더 큰 불평등과 정치적 및 제도적 변화의 시기를 가져왔었다. 19 세기 초반에 시작된 산업 혁명은 부와 권력의 거대한 양극화를 낳았고, 민주주의, 노동 조합, 진보적 세제의 확산, 사회 안전망의 개발 등은 거의 100 년은 지나야 그 뒤를 따르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과 자동화에 의한 3차 산업 혁명의 연장선상’이라서 점에서, 이전의 다른 혁명들 같이 ‘혁명’이라 부를 수 있는 완전히 다른 세상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적, 사업적, 사회적 구조가 제 4 차 산업 혁명이 가져올 모든 변화를 흡수하거나 준비 할 능력이 없는 혹은 매우 빈약한 우리 산업계는 좀 긴장해야한다.

‘과학콘서트’의 저자로 유명한 카이스트의 정대승 교수의 말을 빌어보자.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데이터로 얼마나 축적할 수 있는지가 4차 산업혁명의 관건이다. 우리는, 바로 시작하고 싶어도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반이 많지 않다. 데이터 자체가 없고, 있는 정보도 사용하려 들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비식별 데이터마저도 서비스에 사용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빅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키우지 않았고, 사물의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거라 했지만 표준화 노력도 없었고 제품도 나오지 않았다”

구구절절히 너무 와닿지 않는가.  요즘 화두는 AI , 머신 러닝이라는데 이것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여러 채널로 수집이 된 데이터들이 여러 솔루션들로 정제가 되고 학습되어 패턴화되어야 예측이 가능한 그 무엇이 나온다.   뭐든지 빨리 잘 해왔던 것을 우리 사회는 이또한 빨리 빨리 만들어 낼 것이라 맹신한다. 지금 없는 데이터지만 뭔가 시스템만 구축하면 후다닥 만들어 낼것 같다. 미안하지만, 이 새로운 시대의 준비 과정은 경험이나 전략이나 프로세스나 데이터를 수집하고 고르는 안목이 없이 하루 아침에 되는 부분이 아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아래 대목에서 설명이 된다.

“디지털정보화는 ‘정보’가 중요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비트의 시대다. 그 뒤에, 정보가 아니라 맥락을 갖고 사용되는 ‘지식’이 중요해졌다. 이제 맥락적 지식과 정보가 ‘물질’과 결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아톰세계(사물인터넷)인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고스란히 다시 비트세계(빅데이터)인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다. 아톰과 비트가 일치되는 세상(가상현실·증강현실·로봇)에선 인공지능이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맥락적 지식과 정보가 물질과 결합되는 시대가 우리가 맞이해야 할 시대다. 그런데 맥락적 지식이란 기존에 3차 산업혁명을 지나면서 기간계 시스템에서 수집을 했던 데이터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 데이터 역시 빅데이터의 한 축을 담당하겠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사물 혹은 디지털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행동하고 느끼는 그 반응들 즉 그 시스널이 온라인의 세계로 들어와서 그들의 경험이 맥락 정보로 저장이 되고 이것들이 인공지능의 예측 서비스를 위한 패턴으로 활용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내가 이해하기로, 정교수가 지적하는 데이터가 없다는 의미는, 맥락을 가진 데이터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보자면, 우리의 현재 수준은 우리 고객들이 우리 웹사이트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가 정도의 맥락도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웹사이트는 디지털 세계에서 그나마 가장 쉽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가장 기본적인 채널인데, 이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사물인터넷으로 어떻게 확장하겠는가. 공장을 지어서 물리적으로 물건을 대량으로 찍어내거나, 물건이 부족하면 더 저렴한 인력으로 더 많은 공장을 돌려서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닌 것이다. 

슈왑교수가 그의 책에서 “ 이 변화는 매우 심오한 것이어서, 인류의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 것은 매우 큰 것일 수 있고 또한 잠재적인 위험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걱정하는 것은 의사 결정자들이 너무 전통적인, 선형적인 (혁신적이지않은) 사고를 하고나 혹은 반대로 앞으로 닥쳐올 미래의 변화에 대해서 전략적으로 생각해한다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한 나머지 너무 집착하는 것입니다.”
파괴적인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 시대를 성공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리더가 그동안 전통적으로 수행한 작업의 한계를 넘어 생각을 확장하고,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아이디어와 시스템을 모두 수용해야한다는 의미다. 내가 감히 조언을 드린다면, 트랜드에 집착하시기 보다 지금 하고 계신 그 비즈니스의 전략, 프로세스, 사람 그리고 교육에 대한 모든 부분에서 한번쯤 이대로 괜찮을지 의심하는 것부터 시작하시는 것이 어떨까.  집을 지어야 한다면, 어떻게 집을 지을지 생각하고 도면부터 만드시는 것이 순서가 아닐지. 옆 집에 소파가 좋아보인다고, 당장 그 소파를 사온 들 그것을 어디에 놓을 수 있느냐는 말이다. 난 아직 그 소파를 놓을 집도 없는데 말이다. 파괴적인 혁신이라 불리는 엄청난 혁신이 사실은 데이터의 기반을 다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는 것은 너무 쉽게 간과한다. 그 이름이 Factory 4.0 이 되었든 혹은 4차 산업혁명이 되었든 그 변화의 물결은 바로 우리 앞에 다가오는데 과연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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