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7. 평범한 커피콩이 코피 루왁이 되게 하는 것 : DMP

처음 블로그를 열 때 잠깐 소개를 했듯이, 의도하지 않게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면서 강의를 하는 삶을 꽤 오랫동안 살고 있다. 여러 이유 중 가장 주된 이유를 꼽자면 일단 한국에서 디지털 마케팅 강의가 많은 편이 아니라서 회사의 녹을 먹고 사는 직장인으로서 고객사들의 요청에 따라 떠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사실 이번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던 곳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두바이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 한 달에 반 이상은 출장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두바이는 처음이라 여행자의 감흥에 젖어서 이번 블로그는 나의 일 얘기를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멀리까지 출장을 다녀오게 한 주요 강의 주제는 사실 DMP (Data Management Platform)였다.

쿠알라룸푸르의 고객은 방송이나 잡지등의 전통적인 미디어 비즈니스에서 대규모 디지털로의 변환을 꽤하는 방송사였고, 두바이의 고객은 말 만하면 모두가 아는 전자 회사의 중동 법인으로 역시 글로벌하게 데이타를 통한 기업 혁신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회사다. 이미 그들의 전통적인 비즈니스영역에서꽤나 앞서가는 이 회사들이 왜 데이타에 집중하는가. 두 기업은 이미 온라인 데이터의 분석에 대해서도 꽤 높은 수준으로 올라와있는 회사들이고, 그 다음 과제인 데이터의 통합에 관심이 있는 고객들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는 회사들이다.  이 두 회사의 경우는 감사하게도 데이타를 왜 분석해야되냐면요, 고객 세분화(Segmentation)이 왜 필요하냐면요 하면서 시작하는 말은 사실 필요없는 고객들이다. 기업 고객들에게 우리 회사에서 글로벌하게 제공이 되는 여러 종류의 마케팅 분석 솔루션들을 강의하다보면, 어떤 솔루션은 한국 고객의 입맛이나 취향, 비즈니스에 잘 맞아서 많이 사용되고 시도되는 것들이 있지만 어떤 것들은 한국 시장이나 환경이 아직 준비가 안되서 입에 올리기조차 힘든 솔루션들이 있다. 단순히 그 고객의 시장의 기술 수준에서 오는 차이라기 보다는 데이터의 가치를 인식하고 관리하는 수준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사실 DMP는 최근 Big Data라는 용어와 함께 지난 몇 년 전부터 시장에서 많이 회자가 되기는 하지만 구현까지는 여러 난관이 있는 솔루션이다. 많은 한국의 고객들이 ‘클라우드는 정말 뜬구름같다’고 말하는 것과 같이, DMP도 이제 한국 시장에 회자가 되긴 하지만 다른 마케팅 솔루션과는 뭔지 모르는 다른 속성의 물건임에는 분명하고 뭔가 애매하다고 느끼는 고객들이 많아보인다.

DMP는 말 그대로 데이터를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간단히 말하면, 또 다른 개념의 커다란 데이터의 저장 창고다. 그런데 사실 DMP 자체가 Adobe Analytics나, Google Analytics 같은 분석 솔루션들 처럼 웹, 모바일 혹은 앱의 방문자들이 하는 행동을 수집해주는 솔루션은 아니다. 더군다나 거의 모든 기업들이 다 가지고 있는 고객관리시스템(CRM)에 있는 정보들을 관리해주는 솔루션도 아니다. 또한 마케팅 담당자들이 원하는 분석 데시보드를 자동으로 만들어주거나 혹은 이메일 마케팅을 자동으로 해주는 뭐 그런 도구도 아니다. 그럼 DMP는 도대체 뭔가?

DMP는 마치 데이터라는 커피콩을 먹고 사는 사향고향이 혹은 사향코끼리 같은 존재같다라고 정의하면 어떨까. (참, 그 사실을 아는가? 요즘은 사향코끼리의 커피가 더 희귀하여 비싸게 팔린다는 사실을. 발리의 코피루왁 농장에서 현지투어가이드가 직접 해 준 얘기다.) DMP의 주된 먹이는 기업에서 흔히 말하는 온라인, 오프라인 모든 데이터다. 조금 더 확장하자면 이는 회사 안에서 관리되는 데이터 뿐만이 아니라, 제휴된 파트너사의 데이터, 혹은 3rd party 라 불리는 이 회사와는 이해 관계가 전혀없는 회사들로 부터 사온 데이터소스가 모두 DMP의 먹이가 된다. 일단 이 데이터들이 DMP 속으로 입력이 되면, 이것들이 나름의 룰과 법칙으로 소화가 되는데, 소화가 다 되어서 비싼 몸이 된 이 데이타들은 DMP 밖 세상으로 나와 마케터가 원하는 위치에 마케팅의 목적으로 배포되는 작업을 거치고,  이때 이 원하는 위치는 회사내의 웹사이트, 모바일 앱, 이메일 등등 원하는 어떤 채널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심지어 3rd party 회사의 어느 광고 영역이 될 수도 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면 어느 여행사의 마케팅 담당자가 “장바구니에 여행 상품을 넣어놓고 지난 한달 동안 구매를 하지 않은 30대 여성고객에게 이번 달 안에 구매를 하시면 감사의 선물로 30대 여성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보내는 이벤트 메일을 보내고 싶다”면. 마케팅 담당자 입장에서는  매우 간단해 보이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사실 속시원하게 처리하기가 만만치는 않다. 이런 경우 이 문제들을 쪼개서 DMP를 통해 해결을 해 보자.

  1. 장바구니에 여행 상품을 넣어놓고 지난 한달 동안 구매하지 않은 : 이 부분은 실시간 정보에 해당하는 정보이므로, Analytics tool을 통해 수집을 해야한다. 이 수집된 데이타를 DMP의 입력 Source로 준비해 놓는다.
  2. 30대 여성 : 이 부분은 개인정보(PII: Personally identifiable information) 에 해당되는 정보이므로 Analytics tool을 통해서는 수집될 수 없고, 기존의 CRM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DMP의 Source로 준비해 놓아야 한다.
  3. 30대 여성이 좋아할 만한 선물 : 이 부분은 회사 내 Analytics tool을 통해 수집된 정보들로 Segment를 생성할 수도 있고, 혹은 이런 정보들이 없다면, 30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취향 정보를 다른 기업으로 부터 사올 수도 있다. 만약 거래하는 파트너회사가 이런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혹은 외부의 어떤 마케팅전문 회사가 이런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이 정보를 사서 DMP의 Source로 준비한다. 즉 3rd party를 통해 제공되는 고객 패턴 정보를 DMP의 입력으로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4. 이렇게 정의가 된 1,2,3 의 정보를 DMP 안에 넣어 위의 세 조건의 만족하는 AND 조건의 고객군(Segment) 로 생성한다.
  5. 4번에서 만들어진 고객정보를 보낼 위치(이 경우엔 email vendor 혹은 캠페인 자동화하는 Tool)로 보내서 이 속성을 가진 Segment에게 마케팅 활동을 진행한다.

보는 것과 같이 DMP를 통해 이 과제가 수행이 되기 위해서는 소스에 해당하는 다른 솔루션으로부터의 input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DMP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해외 고객의 경우는, 이렇게 잘 만들어진 데이터를 실제로 외부에 공개하여 판매를 하기도 한다.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언급을 해 본다면 DMP의 영역은 사내의 Data를 가공하여 의미있는 Segment로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DSP(Demand Side Platform) 혹은 SSP(Supply Side Platform)의 역할을 모두 포함하다. 이 의미는 고객의 개인 정보를 사고 판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니며, 의미가 있는 고객의 패턴 정보를 사고 팔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마케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할 수 있는 경로에 광고를 집행하겠다는 의도이다. 작년 10월의 HBR에 연재된 기사 중 “To Get More Value from Your Data, Sell It” (by Alan Lewis and Dan McKone) 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에서 가지고 있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심지어 부수입을 올린다는, 그야말로 블루오션스러운 내용이 눈길을 끈다.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HBR에 나오는 정도의 주제라면 더이상 매우 기술적인 주제는 아니며, 경영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내려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우리 고객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기술적인 어려움이라기 보다는 국내의 디지털 생태 환경이 그렇게 개방적이진 않기 때문에 조금은 먼 나라 이야기 일수가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 DMP를 고민하는 마케터들이있다면, SSP나 DSP의 영역보다는 먼저 사내의 Data를 제대로 소화해서 의미있는 데이터로 가공하고 통합하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한다.  사실 DMP의 영역은 이렇게 간단하고 원시적인 수준의 데이터 통합은 아니고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막강하고 복잡하며, 요즘 마케팅 담당자들이 꿈꾸는 옴니채널에 의한 고객 경험의 일관성을 제공하는 핵심 엔진이다.

정리하자면, DMP는 커피콩을 한단계 값어치 나가는 코피루왁으로 만드는 사향고양이 혹은 사향코끼리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커피콩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AI나 머신 러닝에 대한 화두들이 등장하는 요즘, 설마 우리는 아직 커피 나무도 심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은 나만의 기우인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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