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그저 벽에 0.25 인치로 낸 구멍만 있으면 되다고 하는데, 당신은 계속 0.25 인치 드릴을 사라고 하는 군요.”
언제부터인가 마케팅 관련된 기사들을 읽다보면, 기업의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Jobs To Be done(JTBD)” 우리 말로 직역을 하자면 “끝내야 할 일” 정도가 될텐데 이 용어가 요즘 심심치 않게 회자가 된다. JTBD 방법론이 언급하는 주요 골자는 이렇다.
많은 회사들은 대부분 기존의 제품들을 더 좋게 만드는 것 즉’ 더 좋은 드릴을 개발하는 것’에 집중을 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실제 혁신은 ‘어떻게 하면 더 구멍을 잘 낼까’ 를 집중할 때 더 빠르게 진행이 된다는 것이다. 이 방법론이 주는 메세지는 명확하다. 되든 안되든(hit or miss) 그냥 해보는 고전적인 혁신의 방법론이 아니라 고객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그들이 ‘끝내고자 하는 그 일’이 무엇이었지에 대해 집중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에 대한 제안이다.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깊어지면서, HBR의 지난 9월 기사에 Know Your Customer’s “Jobs to Be Done” 가 마침 있어서 소개해 본다.
이 기사에 말하는 주제 중 재미있는 부분은 “고객을 더 알아야 한다는 것에 집중을 한 전략 때문에 회사들이 점점 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 지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쯤되면,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이 대목에서 살짝 어지러움과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가능한 좋은 data를 많이 수집하여 잘 분석을 해서 고객을 이해해야 한다더니,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냐? 뭐 이런 의구심이 들지는 않는가?
이 기사의 저자들이 지적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이것이다. 각 회사들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Data들은 기본적으로 correlation (상관관계)를 보는 것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고객들은 이 물건을 좋아하는 것 같아. 혹은 우리 고객의 68%가 A 보다는 B 를 선호해 등의 일종의 숫자에 기반에 패턴을 본다. 그런데 상관 관계는 숫자상의 어떤 패턴을 보여 줄 지언정, 이것 때문에 저런 현상이 일어났구나에 대한 인과 관계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많은 회사의 관리자들은 상관 관계에 기반한 다소 편협적인 의사결정의 늪에 빠져있다. 대부분은 회사들은 고객의 프로파일에 기반한 무수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으나 사실 이것은 그 고객이 어떤 특정한 환경에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것을 이해하기는 충분하지 않다. 그리하므로 단순한 고객 정보의 차원이 아닌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 고객은 뭘 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고객의 ‘Job to Be Done’ 인 것이다. 그러면 Job To Be Done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여기에 이에 대해 몇 가지 알고 있어야 할 점이있는데,
- Job 은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 각각 고객이 정말 하고 싶은 그것이다. 이런 상황적 요인은 고객의 성향이나, 제품의 특성, 새로운 기술 혹은 트랜드 보다 더 중요하다.
- 진정한 혁신은, 일반적으로 적당하지 않은 솔루션만 있거나 혹은 솔루션이 없다고 생각되어 해결이 안된다고 믿었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공한다.
- Job은 절대로 기능에 대한 것이 아니라, 보다 사회적이고 감정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Job은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기업에서 수집했던 모든 data가 모두 필요없다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는 않다. 지금까지 수집한 여러 정보들을 활용하여, 여러분 회사의 고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Job 을 식별하는 질문들이 있다.
- 여러분 회사에는 (고객 입장에서) 해결이 필요한 Job이 있나.
- 고객이 외면하는 혹은 전혀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부분은 어느 부분인가.
- 여러분 회사가 해결해주지 못해, 고객 스스로 만들어낸 해결 방안이 있나.
- 어떤 일들을 고객들이 하기 싫어하나.
- 현존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여러분은 상상도 못했던 다른 방법으로 고객이 활용하는 부분이 있나.
분석을 강의하는 선생의 입장에서 잠시 조언을 하자면, 여러분이 사용하는 기존의 여러 분석툴들을 조금만 관심있게 활용하시면, Harvard의 석학들이 위에서 조언하는 Job 들은 여러 리포트들을 통해 얼마든지 확인해 낼 수 있다.
성공적인 혁신은 고객의 현실 상황에서, 저조한 실적을 보이는 ‘job’ 을 규명하는 것에서 시작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난 후 이에 기반한 제품과 경험과 프로세스를 디자인하는 것이 순서가 되어야 한다. 많은 회사들이 예측을 위한 마케팅을 목표로 뭔가를 해 보려고 고민한다. 좀 더 나은 예측 혹은 좀 더 효율적인 혁신을 위해 고객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저기에서 말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상황의 정보없이 단순히 고객의 더 많은 프로파일을 수집하는 것이라면 뭔가 혁신이 어려운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Persona)에 기반한 세그멘테이션은 죄송하지만 여러분 회사의 혁신에 별 도움을 주신 못할 것이다.
2017년의 첫 날, 나는 미국의 어느 온라인 서점에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한 권 살 것이다. 그 온라인 서점은 한국에서 온 여성 고객은 ‘사피엔스’ 를 선호한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내가 왜 ‘사피엔스’를 사고 싶었는지 그들은 알까? 나는 그저 뜬금없이 ‘사피엔스’를 읽고 싶었을 뿐 그 뿐이었다..
공감합니다. 고객의 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분석은 그저 숫자놀음에 불과하더라구요 ^^;
네 맞습니다. 분석이 비즈니스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숫자로만 가능한 일이 절대로 아니죠.